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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방에 모인 7인!
그중 한 명은 신입회원으로서 "붉은 방"에 가입한 기념으로 기상천외한 괴담을 달려주는데...
강심장을 갖고 있던 6인의 회원들이 기겁하게 만드는
그의 이야기는 상상을 뛰어넘는 기묘한 괴담과 살인 방법을 늘어놓는다.

순식간에 <붉은 방>에는
핏빛의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데... 그들은 과연 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잿빛의 얼굴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에도가와 란포 - 붉은 방

 

이상한 흥분을 찾아 모인 7명의 남자들이 붉은 방에 모여있다.

오늘은 신입회원 T 씨가 괴기한 이야기를 펼친다.

 

강령술, 술령술 실험

정신 병원, 해부학 교실 참관등 어떤 자극적인 것에도 흥미 없이

지루함에 살아가던 T 씨는 살인이라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백 명에 가까운 살인을 저질러 왔으나 회개나 죄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들기는커녕

이제 살인에도 흥미를 잃어 아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편의 독 때문에 목숨을 잃기 전에, 정신이 멀쩡할 때 자신의 행적을 누군가에게 터 놓고 싶어서

"붉은 방" 회원이 되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대충 3년 전, 새벽 1시경에 취한 채로 집에 오던 T는 한 남자와 부딪친다.

그 남자는 노인을 차로 친 택시 운전기사로 병원의 위치를 물어본다.

T는 M의원을 알려주고 집에 와 잠에 든다.

다음 날 생각해 보니 반대쪽에 외과 전문 의사가 있는 K병원이 있는데 왜 돌팔이 의사 M의원을 가르쳐줬을까 싶다.

소문을 들어보니 역시 노인은 죽었다.

이 경우 불쌍한 노인을 죽인 것은 과연 누구인가.

운전기사는 다치게 했을 뿐이고,

M의사는 의술적 기량이 떨어져 실패했으니 반드시 탓하기엔 애매한 구석이 있고,

근본적으로 부적당한 M의원을 가르쳐준 내 잘못이다.

그러나 아무도 사실상의 살인자인 T를 의심조차 안 한다.

왜냐하면 죽은 노인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T는 절대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살인,

셜록 홈즈라도 간파할 수 없는 살인, 뭐라고 나무랄 데 없는 살인을 하며

지루함을 달래기로 했다.

떨어진 피뢰침 철사에 잠깐 앉은 참새가 터지는 걸 보고 전기가 흐르는 것을 깨닫고

마침 소변을 보려던 아이에게 그 철사까지 닿을 수 있는지 해보라고 해서 감전으로 죽인다던지,

친구와 시골 한적한 해안가에 가서 다이빙을 하자고 하는데

사실 거기는 다이빙 기술이 좋아야 피할 수 있는 솟아난 바위가 있어서 친구는 머리를 부딪쳐 사고사를 만들고,

화재 현장에서 아이를 찾는 반미치광이처럼 되던 어느 아이 엄마에게 "애기 우는 소리가 들리죠?"라고 암시를 줘

그 애기 엄마가 맹렬한 불길 속으로 뛰어들게 하여 불태워 죽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3년 동안 99명의 사람을 죽였다며

자신이 미치광이인지 살인광인지 묻는 것으로 T의 기괴한 이야기는 끝났다.

 

 

 

 

 

다들 아무 말도 없이 미동조차 하지 않고 나란히 있는데 여종업원이 나타났다.

 그리고 쾌활 한 몸짓으로 7명의 남자 사이를 돌며, 음료를 돌리기 시작했다.

"손들어! 쏠 테 야."

갑자기 T가 그동안의 말소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차분한 어조로 말하며

호주머니에서 반짝 빛나는 물체를 뽑아 들더니 여자 쪽으로 향했다.

"빵"

"으악"

여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서 있었고 다만, 은쟁반 위의 유리잔만 깨졌다.

T는 미치광이처럼 웃으며 장난감 총이라고 했다.

여종업원은 놀라 아직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 바르르 떨며 장난감 권총을 손에 들고

"깜짝 놀라 분하니 나도 쏠 게요."

"나를 쏠 수 있겠어? 어디 한번 쏴 보라구."

"탕"

T가 바닥 위로 쓰러져 창백한 얼굴로 경련으로 떨고 있었으며

가슴에는 상처 난 구멍에서 움직일 때마다 검붉은 피가 나왔다.

장난감으로 생각했던 6 연발 권총에 두 번째에는 실탄이 장전되어 있던 것이다.

 

그는 99명까지는 남을 죽였지만,

마지막 100명째만은 자신의 죽음으로 계획한 게 아닐까?

최적의 장소로 이 "붉은 방"을 마지막 죽을 장소로 택하고

여자에게 장난감 총이라고 했으니 처벌되지 않고 나머지 6명의 회원이 증인이 된다.

T는 그가 원한도 없는 보통사람을 살인한 방법과 같이

가해자는 조금도 죄가 되지 않는 방법을 자신에 응용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며 나머지 남자들도 각각의 추리와 감상에 잠겨 있고 여자의 흐느낌 소리가 흐르고 있는데

"큿큿큿큿..."

T가 번쩍 일어나더니 이상한 신음 같은 억지웃음을 냈다.

"이 총알도 가짜인 것처럼 아까부터 저의 신세타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꾸며낸 이야기랍니다.

그래도 연극이 현실처럼 제법 그럴듯하죠.

자, 심심하고 지루한 여러분! 이런 것은 여러분이 시종일관 원하시는 그 자극적인 위안이 아닐까요?"

 

T의 조수 역할을 한 여자가 전등 스위치를 켰다.

"붉은 방" 안에는 어느 구석을 찾아보더라도 꿈도 환상도 그림자도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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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때 붉은 방의 음침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묘사해 줘서

붉은 방에 둘러앉아 있는 7명의 남자를 그려보며 기괴한 얘기를 읽고 있으니 흥미진진했다.

끝에 가서 초라해 보인다는 결말도 좋다.

읽어봐야 그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번역이 엉망이라 추천을 할 수가 없다.

진짜 단편이라 참고 읽었지 이런 걸 돈 받고 팔다니.

지금은 다시 번역했으려나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