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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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내산 리디페이퍼4
책은 잘 읽지도 않거니와...폰으로 웹소설, 웹툰 다 보니 이북리더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2023년 3월에 리디에서 이런 행사를 했었다.책도 안 읽으면서 91% 할인이란 말에 반사적으로 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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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미루던 리디페이퍼4에 있는 책을 읽기로 했다.
뭘 읽을까 제목들을 쭉 보는데 '죄와 벌'이 눈에 들어왔다.
상, 하권이라 굉장히 부담이 됐지만
이 책이 왜 유명한지 이제는 알아야겠다 해서 시작했다.
그러나 등장인물 소개부터 난관이었다.
'로지온 로마노비치 라스콜니코프'
주인공 이름으로 애칭 '로쟈', '로젠카'가 있다.
모든 등장인물이 이름도 긴데 애칭에 부칭은 또 뭐고,
특히 이름에 규칙이 있는지 '이바노브나'가 들어간 사람이 네 명이나 있어서
초반엔 등장인물 소개를 줄기차게 다시 봤다.
졸면서 읽고, 하루에 겨우 한두 파트씩만 읽고, 며칠에 한번 읽어도
결국 읽긴 읽는 거라 나중에는 다 파악이 되기는 한다.
여하튼 이름부터 어렵다 어려워하면서 등장인물 소개를 찬찬히 읽는데
니콜라이(미콜라이, 미콜카) - 젊은 칠장이, 전당포 자매를 죽인 살인범으로 몰림.
???
강력 스포 발견!
아, 라스콜니코프가 살인을 저질렀는데 니콜라이가 누명을 쓰는구나.
이렇게 알려줘도 되는 건가 하면서
추리소설 읽는 느낌으로 시작을 했다.
생각보다 초반에 라스콜니코프는 살인을 저지르고
죄책감에 정신을 못 차리길래 금방 자수하겠구나,
아직 한참이나 남은 책은 다른 인물들 내용인가 보다 했더니
라스콜니코프는 하권 맨 끝에 자수를 한다.
에필로그가 있지만 진짜 본편 끝에 자수를 할 줄이야!
주인공인 로지온 라스콜니코프(Родион Раскольников)의 살인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형사소설과 유사성을 띠지만, 살인 행위 자체보다는 그 살인을 행하는 주인공의 사상적 배경 등에 초점을 맞춘 심리소설이라고 하는 것이 더 알맞다.
- 나무위키
그렇다고 한다.
아주 시작부터 잘못했지.
제대로 시작했다 해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겠지만.
라스콜니코프는 인간은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으로 나뉘며
비범한 사람들은 인류에게 구원을 가져다줄 수 있을 때 범죄를 저지를 수 있고 법도 넘어설 수 있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
악랄한 전당포 노인을 없애 자신이 비범한 사람임을 증명하려고 했으나
죄 없는 노인의 동생까지 죽이며 사상에 모순이 생기고 자신을 합리화하면서도 양심에 가책을 느껴 고통 속에 몸부림친다.
가난한 형편에 어머니와 누이동생의 희생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부담감과
관짝 같은 다락방에서 살며 제대로 먹지도 못해 몸과 정신이 망가져서 이상한 사상을 품기는 했지만
근본이 나쁜 사람은 아니다.
책 초반에 나와서 잊고 있었는데 처음 본 어린 소녀가 위험에 처할 것 같자 순경에게 돈을 주며 부탁을 한다.
술집에서 한번 본 남자일 뿐인데 우연히 죽음을 목격하자 가진 돈을 전부 가족에게 주어 장례를 치르게도 한다.
이 경우에는 살인을 저지른 후라 죄악감을 덜려고 하는 느낌이 강한 데다
그 돈은 어머니가 연금 잡혀서 올려 보낸 건데...
가족의 희생이 싫대 놓고 이러고 있으니 선행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물론 이 일로 자신을 구원해 줄 소냐를 만나게 되고,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지가 일 벌여놓고 감당 안돼 반 미치광이가 돼서 가족과 주위사람들한테 계속 민폐를 끼치니 꼴 보기가 싫어졌다.
시작이 잘못되니 핵심을 보기 싫다는 만행
그래서 다른 인물이 나오면 더 반갑고 재밌게 느껴질 정도가 됐고
다양한 인간 군상과 세세한 설정과 상황들에 감탄했다.
알코올 중독으로 돈도 안 벌어와 자기 딸 소냐를 매춘부로 만들어 놓고서도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딸한테 술값을 받으러 가고 결국 술에 취한 채 사고로 죽은 소냐의 아버지,
잘못된 결혼과 재혼으로 어린 자식들과 가난 속에 힘들게 살아 병에 걸리고
예전 부유했던 시절의 회상과 망상 속을 살아가는 소냐의 새어머니,
라스콜니코프를 전당포 노파 살인의 용의자로 확신하며 함정수사로 잡아들이려는 줄로만 알았는데
잘못된 사상을 갖고 있는 그가 극단적으로 자살을 할까 봐 다시 한번 살아가라며 자수를 권하는 예심판사,
마음속 깊이 그는 품행이 단정하고 가난하며(반드시 가난해야만 했다) 매우 젊고 매우 아름답고 집안도 좋고 교양도 있는 처녀로, 많은 불행을 겪고 아주 겁을 먹은 나머지 그의 앞에 납작 엎드려 평생토록 그를 자신의 은인으로 섬기고 공경하면서 그에게만, 오직 그 한 사람에게만 순종하고 경탄하는 그런 처녀를 아무도 몰래 황홀하게 꿈꾸고 있었다.
라스콜니코프의 동생 두냐의 전약혼자 루쥔.
저 부분 읽을 때 너무 어이가 없어서 진짜 소리 내서 웃었다.
그냥 가난한 것도 아니고 반드시 까지냐고.
나이 많고 가진 건 돈밖에 없으면서 그렇게 바라던 조건에 딱 맞는 두냐와 약혼을 해놓고도
돈도 쥐꼬리만큼 쓰면서 두냐와 라스콜니코프를 이간질시키며 통제하려다 결국 파혼당했다.
이 일로 자존심 상해서 소냐에게 치졸한 짓까지 하고 진짜 미친놈에 쓰레기다.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인물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상권 마지막에 짠! 하고 나타나서 졸다 정신 차리게 한 스비드리가일로프.
가진 건 정욕과 돈밖에 없어 세상 나쁜 짓 다 하고 편하게 살다 자살을 한다.
라스콜니코프와 사상과 행동이 정반대 되는 중요한 인물인데 물론 나는 책 뒤에 해설을 보고 알았다.
많은 인물들 중 내 기준 가장 멀쩡한 사람은 라스콜니코프의 친구인 라주미힌뿐이다.
라스콜니코프가 안하무인으로 굴어도 계속 간호하고 도와주는 거 보면서
속도 없는 엄청난 오지랖퍼네 했는데
두냐한테 반하고부터는 더 성심성의껏, 두냐와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 라스콜니코프를 챙기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두냐와 소냐를 비롯한 여자들과 아이들은 불쌍한 사람들이고,
라스콜니코프는 그 당시에 빈부격차와 다양한 사상과 퇴폐가 가득한 혼란의 도시에서
가난에 허덕이는 지식인으로 영웅주의에 물들어 있는 젊은이를 대변하는 인물로 좋고 싫고 할 게 없는 딱 주인공이다.
사실 좀 싫음.
라스콜니코프를 공부시키기 위해 어머니와 누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희생을 한다.
여전히 아들을 위해 누이는 희생을 강요당한다.
라스콜니코프는 삐뚤어진 사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또 다른 주인공인 소냐는 찢어지게 가난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매춘을 했다.
라스콜니코프는 소냐와 자신이 똑같은 죄인이라고 한다.
남자의 살인과 여자의 매춘이 동급이라니...
여전히 여자의 성 문제는 남자들에겐 그 어떤 것보다 큰 죄다.
이 소설은 1866년에 나왔다.
150여년이 지나 시대와 문화가 달라져도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라스콜니코프는 결국 자수를 하고 많은 참작으로 8년형을 받는다.
그러나 1년간 스스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가 직설적인 꿈과 소냐에 대한 사랑을 깨달으며 달라지고 소냐와 함께 남은 7년간 죗값을 받고 점차 갱생할 거라며 끝이 난다.
아버지 잘못 만나 원치 않게 매춘부가 되는 죄를 저지르고
라스콜니코프의 선택을 받아 옥바라지를 하는 소냐만 벌을 받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어쨌거나 이 책은 읽기도 힘들고 너무 어려웠다.
고전문학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사회, 종교, 문화, 역사등을 배울 수 있다는데
배울 자세가 안돼있어서인지 그저 어렵기만 했다.
주석이 더 어려우니 말 다했다.
책에 담긴 뜻을 분명 스스로는 깨닫지 못할 거란 걸 알아
일단은 책을 빨리 다 읽고 나서 해설과 나무위키를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책도 길었는데 나무위키도 길어서 학을 떼고 초반만 읽었다.
해설로 충분하다.
좀 알고 나서 다시 읽으면 느낌이 다를 텐데,
이제는 주석도 여유 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ebook으로 1400페이지 가까이 되는 걸 다시 읽는다는 건 큰 결심이 필요하다.
다시 읽을 것인가, 그냥 다른 고전문학을 읽을 것인가
수박 겉핥기여도 계속 읽어 보자.
뭐라도 머리에 들어오겠지.